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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혜의 교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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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악과를 '벌목' 당하다.

  • 윤동희
  • 조회 : 677
  • 2020.07.12 오후 04:14

 

 


1. 우리 학교의 예배당은 입구 바로 옆에 지문인식기가 있다.

 

2. 이 지문 인식기에 내 검지를 찍어야만 출석이 인정이 된다.

 

3. 학교에서 요구하는 예배의 출석수가 모자라면 성적에, 졸업에 불이익을 받는다.

 

4. 오늘 이른 아침 일어나 화장실에 들린 후 정수기로 물을 떠 마시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5. 과연 그 지문 인식기가 없었으면 나는 이렇게 피곤한 몸을 이끌고 새벽 예배를 갔을까? 그런데 그 물음 앞에 자신이 없었다.

 

6. 그러면서 동시에 또 다른 생각이 일어났다.

 

7. 나는 교역자라서, 전도사라서, 사역을 하기에 단 한 번도 주일 예배를 빠진 적이 없다. 당연하다.

 

8. 그런데 반대로 그 어떠한 직함도, 강제성도 없는 자유한 상태에서 주일을 성수하는 성도들의 헌신과 믿음이 나보다 훨씬 더 낫지 않을까? 하는 그런 생각.

 

8. 결국, 하나님께서는 수동적인, ‘로서 드려지는 예배보다 자발적인 선택의 예배를 더욱더 기뻐하지 않으실까.

 

9. 그래서 그분은 천지를 만드실 때 인간이 당신을 강제로 섬기지 말라고 하는 마음에서 자유를 전제로 하는 선악과를 세우셨을까.

 

10. 어느 순간 차가운 새벽 공기를 힘겹게 뚫고 겨우 다다른 거대한 문, 그 문을 열고 들어갔더니 결국 나를 맞아주는 건 지문인식기였다.

 

11. 나는 그 녀석(?)에게 이렇게 고함쳤다.

 

12. “너 때문에 내 선악과가 사라졌다. 네가 내 자유를 벌목했구나!

 

13. 그렇다면 그 기계를 설치했던, 아니 설치해야만 했던 학교 측의 마음은 어땠을까?

 

14. 1000여 명에 임박하는 전교생의 선악과나무를, 그 자유를, 작은 기계로 재단했던 학교는 마음이 편했을까?

 

15. 그럼에도 하나님을 향한 우리의 중심이 고작 그 기계로 퇴색될 것을 알면서 구태여 그렇게 설치를 강행했어야만 했는가? 나무꾼이 되었어야만 했나?

 

16. 답은 모르겠다. 정말 모르겠다.

 

17.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새벽에 갈등이 일어났던 내 마음을 보고

 

18. 또 지문을 찍자마자 바로 튀시는, 찍턴을 시전하시는 우리의 귀한(?) 전도사님들이 지금도 계시기에 단순히 기계 잘못만은 아니지 않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19. 내가 내린 결론은 학교에서 매일 드려지는 예배만이라도 전도사가 아니라 그냥 평범한 예배자였으면 좋겠다.

 

20. 나의 지문을 기계에 인식하는 예배가 아니라 나의 마음이 주님께 인식되는 예배가 되었으면 좋겠다.

 

21. 참 어렵다. 그래도 이 자리에 있는게 감사하다.

 

 

1. 주님. 힘들고 어려워도 결국 예배의 자리에 있게 하심에 감사합니다.

2. 부족한 저를 주께서 온전한 예배자로 빚어가실 것을 믿고 감사드립니다!





  • 번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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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악과를 '벌목' 당하다.
  • 2020-07-12
  • 윤동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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