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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어버림 - '찌꺼기'마저도 그리운

  • 윤동희
  • 조회 : 777
  • 2020.03.29 오후 03:28

 

 

 


잘게 부서진 가루에

김이 모락 모락 나는

그 뜨거움이 베이면

 

결국

 

진한 향을 머금은

커피가 완성된다.

 

마치 나 같았다.

 

시간이 지난 뒤

말라붙어버린

원두 찌꺼기.

 

정말 나 같았다.

 

매 주일

 

학생들 앞에서 하나님의 마음을

뜨거운 마음으로 토설하면

 

그때는 진한 예수의 향이

예배당을 덮는 것 같았다.

아니 우리는 분명 덮였다!

 

그런데

 

사역을 마치고 퇴근해서

 

혼자 집에 와서

털썩 앉고 보니

 

식어버린 내가

눌러붙은 나를

 

매주 대면하는 것이

그리 유쾌하지 않았다.

 

그런데

 

잠시라도 나의 자만이

부서질 수 있어서 감사했고

 

조금이나마 그래도

뜨거울 수 있어서 감사했으며

 

그럼에도 주님의 향기를

뿜을 수 있음에 감사했음을

 

한 달 가까이

 

중등부 예배를 드리지 못하니

설교를 전혀 하지 못하니

 

정말 절실하게 느끼게 된다.

 

찌꺼기마저도 감사했음을.

 

정말, 중등부 예배가 정말로 그립다.

 

모자란 나를

지금도 자라고 있는 사역자로 인정해 주는

중등부 선생님들의 밝은 얼굴들이 너무나 그립고

 

때로는 내가 설교할 때 침을 하도 많이 튀겨서

주보가 젖는다는 학생들의 핀잔마저 미친 듯이 그립다.

 

지금 느껴보니

 

식어있음도 은혜였다.

 

왜냐하면

 

연탄재를 사랑했던

어떤 시인의 질문 앞에

 

나는 그대로, 적어도 뜨거웠던 적은

있었다고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식어버림마저도 참으로 그리운 밤이다.


1. 주님. 코로나 사태를 통해서도 감사의 제목이 있음에 감사합니다.

2. 모이는 예배를 회복시키실, 이미 시키신 주님을 찬양합니다!





  • 번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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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식어버림 - '찌꺼기'마저도 그리운
  • 2020-03-29
  • 윤동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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